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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1
바람이 많이 불고 있는 협재해수욕장의 텐트안에서 글을 쓰고있다.
오늘은 백패킹하는 멤버들을 만나서 해변박을 한다. 제주의 백패킹은 언제나 설레임이 가득이다.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든다는게 얼마나 황홀한지, 아침에 일찍 눈 떠서 텐트 문 지퍼를 열면 일출을 누워서 바로 볼 수 있는 신기한 경험, 안해본 사람은 모를거라 생각한다.
오늘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주도 일출 시각에 맞춘 6시 7분에 눈을 떠서 잔디밭으로 나왔다. 바닷가쪽이랑 거리가 좀 있어서 그런지 완벽한 일출은 보지 못했다.
그렇게 잠시 감상을 하고 붉은 기운이 사라진 뒤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9시 20분까지 잠을 청했다. 어제 배낭을 멘것이 좀 무리가있었는지 어깨가 많이 뭉치고 찌뿌둥했다.
10시 체크아웃이라서 서둘러 준비를 하고 게하에서 제공하는 캡슐커피를 내려 모닝 커피를 한 잔 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구나. 조용하고 아름다웠던 게하 안녕~
사장님과 인사하고 걸어나오면서 같은 게하에 묶었던 여자 두 분과 잠시 대화할 수 있었다. 친구처럼 보였는데 자매란다. 한 달 살이를 하러 내려왔다고 했다. 어린 나이인 것 같았는데 자매지간이란게 너무 부러웠다. 둘 다 제주에서 아름다운 추억 남기기를 빌어주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게하에서 준비해줬던 홍보지에 재연식당이란 곳을 보고 오늘 아침 겸 점심은 그곳으로 정했다. 제주에 왔으니 오늘은 갈치를 먹어줘야지!
시골집 백반같은 갈치정식과 기본반찬인 제육쌈까지 나왔는데 막걸리가 빠질 순 없었다. 뚜벅이 여행의 장점이랄까? 혼막에 낮술이라! 괜히 여행하는 기분이 더 업되었다.
갈치는 정말 맛있었다. 제육볶음도 맛이 과하지않았고 방풍나물과 함께 먹으니 향과 감칠맛이 더해졌다.
그렇게 알딸딸한 기분으로 다시 백팩을 메고 이번엔 세화 바닷가쪽을 걸어갔다.
세화 바닷가를 세화씨(sea)라고 하더라. 길을 걸으며 방파제쪽에 알록달록 색칠을 한것이 이뻤다. 그 돌 틈새를 비집고 나와 자라고 있는 강아지풀 마저도 이뻤다.
술도 깰 겸 소품샵 구경도 하고 눈앞에 보이던 카페 '라라라'에 들어가서 아이스 커피 한잔을 마셨다.
바다 전망의 장식물도 이쁘고, 엽서도 파는 카페인데, 엽서를 보다가 살짝 서글퍼졌다. 왜 39살 까지밖에 없나요 사장님? 괜시리 카페가 미워보이고 커피맛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나도 참...
세화 환승센터에서 101번을 타고 다시 공항으로~ 그런다음 공항에서 일행 픽업으로 드디어 협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날씨가 비왔다 개었다 바람이 불었다 말았다 변화무쌍하고 흐렸지만 일행이랑 합류해서 캠핑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이젠 혼자가 아니었다.
잠시 마실삼아 '서쪽가게'라는 소품샵도 구경하고 그 사이 해가져서 야경도 구경했다. 역시 날이 흐려서 그런가 오늘도 기대했던 노을은 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날은 금방 어두워졌고 우린 좀 더 본격적으로 먹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음악도 빗소리도 잘 버무려져서 그렇게 밤이 익어갔다.
캠핑의 꽃은 야경 텐풍을 빼놓을 순 없다. 남는건 사진 뿐이라는 생각으로 자세를 요상하게 바꿔가며 많은 사진들을 남겼다.
하나로 마트에 들러서 제주에 왔으니 회와 문어를 샀다. 텐트로 와서 식기에 셋팅해 놓으니 알록달록 그럴싸 한 술판이 벌어졌다. 역시 술은 안주가 중요하다. 소주를 한 잔 넘길때 마다 기분좋은 캬~ 소리가 절로 나왔다.
1차 술자리가 어느정도 정리된 후 해변을 배경으로 영화 한 편 을 봤다. 귀뚜라미와 풀벌레 소리는 덤으로, 어디에도 없는 분위기 있는 야외 영화관이었다.
이렇게 또 알차게 제주의 2일차를 잘 보냈구나. 있는동안 최선을 다해 힐링해야지. 밤바람이 거세지고 있고 이제 제법 날씨가 쌀쌀하지만 오늘도 꿀잠 예약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