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여행 느낌

제주 +1

얼린요구르트 2020. 9. 11. 00:52

20200910

제주 여행 1일차.
게스트 하우스 2층 침대 아래칸에 배를 깔고 엎드려 글을 쓴다.


[캐리어가 아닌 백패킹 배낭]


이번 여행은 드디어 백패킹이다. 목금토일 4일을 다 캠핑을 할 생각은 아니지만 뚜벅이 여행자는 이렇게 백팩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다.

커버가 따로 없는 잔스포츠 배낭이라, 집에 사둔 김장비닐 봉지로 안전하게(?) 싸준 후 수화물을 위탁했다.



[편도 12,000원의 이스타 항공]


비행기 값이 이렇게 싼데 안 갈 이유가 없지! 게다가 제주인데!!!
날씨는 흐릿하지만 기분 만큼은 설렘 맑음이다.


[이쁜 양털(?)구름]


어디로 달려가는듯 한 양떼(?)같은 구름 덕에 마음이 구름구름 :) 한참을 구경하다가 곧 피곤함에 잠시 졸다가 눈떠보니 벌써 도착!

101번 버스를 타고 1시간 15분쯤 달렸을까? 세화 환승정류장에 내렸다. 거기서 다시 택시를 타고 오늘의 숙소에 도착!


[평대리 943 TU CASA ]


첫날은 예전 제주 여행 때 평대리의 추억이 생각나서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기로 결정했다.
TU CASA(투 까사. 너의 집 이라는 뜻) 에 홀리듯 예약한 곳인데 생각 이상으로 조용하고 분위기있고 쾌적하고 마음에 꼭 들었다.


[평대리 943 이쁜 모습]


낮에는 살짝 경쾌함의 바운스가 있는 곡들이 흘러나오고 저녁엔 잔잔하고 분위기 있는 재즈스러운 음악이 흘렀다.곧 가을인가? 풀벌레 소리가 낮부터 밤까지 끊이지 않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짐을 풀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평대리 해변가로 향했다. 걸어서 22분 거리였다. 숙소가 꽤 외진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사람을 볼 수 가 없었다.

[평대리 밤 마실 풍경]


핑크빛 노을을 볼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평대리 해변은 많은 구름이 덮혀 그냥 금방 어둑어둑 해져버렸다.
가로등 불빛도 부족하고 인적도 드문 도로가를 계속 걸었다.

목적지(평대리 멍석; 돌문어 전문점) 까지 갔으나 장사를 안하신다고 해서ㅜ 다시 어두운 길을 돌아서 오다가 [명진전복]에 들어갔다.

예전부터 느끼는거지만 기대하지 않고 우연히 들어가게 된 식당에서 맛난 음식을 먹게 되면 뭔가 세잎 크로버 군락에서 네잎 크로버를 찾은 느낌? 그만큼 기쁘다!

[명진전복 전복 돌솥밥 15,000원]

내가 예전에 먹었던 전복밥은 버터에 간장을 넣어 먹었는데 이 집은 참기름에 밥을 볶아서 조리한 느낌? 뭔가 고소하고 미역국 같은데 이게 뭘까? 했는데 누룽지에 물을 붓고나서 기름이 뜨는걸 보고 '아! 참기름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아니면 어쩌지? 나름 미식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장님께 물어볼껄 그랬나보다.

밥을 배불리 다 먹고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과자를 사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편의점을 향해 걷던 중 책방 하나를 발견한다.


[혜원책방 ; 무인으로 운영된다]


아주 작은 평수를 오밀조밀 잘 꾸며놓았다. 저녁 8시가 넘은 밤늦은 시간이었는데 옆 카페 레스토랑 때문인지 이곳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오페라 클래식 곡이 흘러나와서 독특한 분위기다 하고 있었는데 라디오였다. 갑자기 나오는 DJ멘트가 정겹다.

구경을 마치고 다시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예전에 혼자 백패킹 여행 때 1박을 했던 정자가 나왔다. 지금도 어린아기가 있는 한 가족이 백패킹 중이었다. 가서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걸 실례인 것 같아서 참았다. 가족 백패킹이 너무 보기 좋고 부러웠다.

[평대리 해변]


이 정자 건넛편에 CU편의점에서 제주에일(제주에 왔으니 제주 맥주!)과 포테이토칩 그리고 죠스바를 샀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날이 너무 어둡다. 나올 땐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20분 넘게 잘도 걸어왔지만 갈 땐 엄두가 안난다. 이미 휴대폰 손전등으로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둠이 평대리에 내려앉았다.

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카카오T를 호출하니 예상했던대로 배차가 되지않았다. 웃돈을 줘도 콜신호를 받는 차량은 없었다. 편의점 사장님 조언으로 세화 콜택시도 전화를 했으나 배차를 못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택시로 7분거리이고 요금이 4천원 정도밖에 안나오니 누구도 안오려고 할 것 같았다.

어두운 골목을 20여분간 걸어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울 것 같았다. 제주 공항에 내려 '여성 안심 목걸이'를 대여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했다. 그런데 잠시 후 사장님께서 남편분을 불러오셔서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니 이 분좀 데려다주고 오라고 하셨다. 이런 친절을 베푸시다니 사장님 등 뒤에서 후광이 비췄다.

사장님께 배꼽인사로 감사하단 인사를 남기고 남편분을 쫄래쫄래 따라가서 차를 얻어타고 숙소로 향했다.
오는 내내 정말 감사해서 어쩔줄 몰랐다. 다행히 길은 정말 헤드라이트를 켜도 잘 안보일 정도로 어둑어둑했다. 밝았으면 차를 얻어탄게 민망할 뻔 하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했다.


[정말 감사한 제주 평대리 CU 사장님]


숙소에 들어왔으니 정말 이제 한숨 돌렸다 싶고 제주 인심 너무 좋구나 다시한번 느꼈다. 매 번 제주 올 때 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숙소에서 휴식중]


소등하는 11시까지 거실에 나와 오늘 일도 곱씹어 보며 맥주와 과자를 먹었다. 친구와 통화도하고. 다들 조심하란다. 특히 코로나 조심하라고 난리다.

코로나 19때문에 제주의 모든 게스트 하우스가 3인이상 집합을 금지시켰다고한다. 내가 있는 평대리943은 파티가 없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다. 그렇지만 저 규정때문에 이 예쁜 거실에도 사람들이 나와있을 수 가 없었다. 오늘 숙박객은 총원이 4명 이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혼자 전세 냈다. 거실도, 방도, 철저히 혼자다.
거실에선 고독했지만 도미토리를 예약한 방은...?
쾌적하다. 편하게 잠이 잘 올 것 같다.

내일은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 다시 서울로 가는 월요일까지 어떻게 지낼까? 생각하면서 좋은 꿈 꾸고 자야겠다. 좋은 꿈!!!















'여행 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4  (1) 2020.09.13
제주 + 3  (1) 2020.09.13
제주 + 2  (1) 2020.09.12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